소도시 피플 ㅣ 동행
여행을 함께 떠나고픈 동행이 있나요?
연천 너른나무 공방 박수동, 이화진 인터뷰
연천 토박이인 박수동, 이화진 부부는 IMF를 겪고 다시 연천으로 돌아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섬유공예를 전공한 아내는 섬유공예 작업을, 나무공예에 빠진 남편은 나무공예 작업을 하며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오리고깃집은 테이블부터 의자, 수저까지 모두 두 사람이 만든 나무공예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이웃집 오빠 동생으로 만나 어느덧 결혼 33년 차. 누구보다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을 두 사람이 생각하는 동행이란 무엇일까요?
두 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수동- 박수동, 나이는 62세입니다. 나무를 참 좋아합니다. 생업이 있었음에도 나무를 만지면 행복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와있습니다.
이화진- 저는 이화진입니다. 섬유작가로 활동하면서 연천에 살고 있습니다.
너른나무 공방을 소개해 주세요.
이화진- 저희 너른나무 공방은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에 있습니다. 제가 광목(무명실로 짠 천)으로 작업을 해왔는데, 남편이 목공 작업을 점점 잘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무와 광목을 합한 말로, 너른나무, 넓은 나무라는 뜻으로 천과 실과 나무를 총칭하는 공방이에요.
인생의 동반자, 두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수동- 저희는 연천 전곡 지역에서 아래윗집에 살던, 자연스럽게 오빠 동생 하면서 봐 오던 사이(웃음). 이 사람이 눈에 들어왔을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원피스를 입었는데 참 예쁘다. 이 사람이랑 결혼하려면 격을 맞춰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천 지역이 군사지역이어서 어렸을 적부터 장교를 동경해 왔어요. 공군 제2사관학교에 합격이 돼서 장교 생활하면서 사랑을 잘 일궈서 87년도에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결혼을 했죠. 장교시절 백령도에서 근무할 때 한 달에 한 번 나오면 카페에서 이 사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어떤 때는 12시간 기다리기도 했어요.
이화진- IMF 겪고, 저희는 나무랑 작업으로 견뎌낸 거 같아요. 작업하다 보면 항상 마음이 거기서 만나는 거예요.
두 분이 함께 떠나고픈 여행지는?
이화진- 나는 이 사람 근무했던 백령도가 가고 싶어. 거기서 어떻게 지냈나. 나를 만나려고 얼마나 오래 걸려서 나온 건지(웃음). 이 사람이 가장 청춘일 때 나를 위해서, 나랑 있고 싶어서 고생하고. 목적이 오직 나였던 시절이라 가보고 싶어요.
박수동- 그때는 자연 그대로였기 때문에, 두무진이라는 바위가 파도가 쳐서 암석이 다 깎여나간 형상이 참 멋있고, 백령도에 사는 바다표범도 보고. 백령도는 작은 섬이지만 그래도 곳곳에 비경이 많이 감춰져 있는 섬이에요.
연천에 누구와 함께,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요?
박수동- 어린 시절에 물고기도 잡고 했던 차탄현이요. 임진강하고 한탄강하고 만나는 삼형제 바위부터 은대초등학교 부근까지 주상절리로 이어져 있어요. 산책 코스로는 그곳을 추천합니다. (누구와 함께 가면 좋을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나는 당신하고(웃음).
이화진- 저는 연천 오시면 숭의전이 너무 좋아요. IMF 겪고 연천에 다시 왔을 때 숭의전을 갔어요. 근데 너무 좋은 거예요. 얼마 전에 갔더니 지금도 좋더라고요. 숲속으로 가는 길도 좋고.
두 분이 생각하시는 "동행"이란?
동행이란 한 사람은 계곡의 시냇물이고, 한 사람은 오솔길이고. 오솔길이 끊어지면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각자 자기 모습을 유지하면서 서로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게 동행이 아닌가. 저희 남편하고 저는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요. 시작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거 같아요. 그 사람을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시냇물이 바다로 가고, 오솔길이 큰 길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관계가 동행이구나.
서로가 위안이 되는 존재죠.
글 권민지
사진 김양수
[연천 너른나무 박수동&이화진]님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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