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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 기차가 들어서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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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북평면을 울리는 기차소리는 나전역에 다다르면 잠시 줄어든다.
이따금 사람들이 타고 내리던 간이역이 커피향을 가득 품게 된 데는
사람들을 모을 특별한 공간을 꾸리고 싶어 했던 정현인 대표의 정선을 애정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자기소개 간략히 부탁드려요.
저는 정현인입니다. 제 고향은 인천이고 정선은 아내의 고향이에요. 정선에 들어온 지는 곧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전에는 목회자로 일했고, 지금은 나전역 카페를 운영하며 이 카페가 정선 관광의 거점이 되게끔 노력 중입니다.
정선 나전역이 간이역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과거에는 정선 북평면이 인구가 8천 명 정도 되는 꽤 규모 있는 마을이었어요. 그때 나전역이 두 가지 역할을 했는데 난로에 쓰일 석탄을 실어 나르는 역할과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었죠.

그땐 많은 사람들이 나전역을 이용했는데 폐광 지역이 되며 인구가 많이 줄었어요. 그러면서 90년도 중반쯤엔 기차조차 끊어졌고 폐역이 될 위기에 처했죠.
역사도 이미 철거하려고 했던 걸 마을 주민들이 지켜낸 거예요. 그러다 결국 관광열차인 정선 아리랑 열차가 운행되면서 나전역이 간이역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때 당시 마을 주민분들이 나전역을 지켜 주셨기에 저도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나전역에 카페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정선에 와보니 지역의 자원이 참 다양하더라고요. 이 자원을 활용해서 누군가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죠.

2019년도에 관광두레 정선 김광진 PD님의 권유로 관광두레 지역관광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지역 자원과 관광 트렌드를 엮어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는 점이 제 생각과 맞아떨어져서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나전역을 카페화하는 데에는 관광두레와 정선 PD님에게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 보라는 의견을 주셨죠. 거점 하니 나전역이 떠오르더라고요.

나전역에 카페를 열겠다는 결심이 서고 나서부터는 무모한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코레일부터 정선군청, 마을 주민까지 동의를 얻어야 했으니까요.
정선의 자연환경
가장 걱정했던 마을 주민분들은 오히려 마을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응원해 주셨어요. 군청 허가가 가장 오래 걸렸어요. 1년을 꼬박 사업계획서만 쓰고 고치고.(웃음) 결국 카페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1년간 썼던 이 사업계획서가 지금은 제 재산 1호에요.

나전역카페를 만들어가는 정현인 대표와 3명의 팀원(왼쪽부터 김원태, 배미경, 정현인, 정한나)

카페가 문을 열고 초기부터 관심을 많이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네. 마침 운이 좋았어요. 저희는 그렇게 많은 손님들께서 이곳을 찾아주실지 몰랐어요. 코로나19로 국내 관광이 주목받다 보니 나전역 카페 역시 기대했던 것보다 방문객이 훨씬 많았죠.
생각지 못하게 레트로, 뉴트로 열풍까지 불어 사진 찍으러 오셨다가 저희 카페에 들리시기도 하고요.
엽서나 역무원 체험 등 나전역 카페만의 콘텐츠를 찾아오시는 분도 많으실 것 같아요.
엽서, 역무원 체험 이런 것들 모두 나전역 고유의 콘텐츠입니다. 과거부터 있었던 것을 저희는 다시 사람들 앞에 꺼내둔 거죠. 특히, 많은 분들이 나전역 카페에선 추억 이야기를 하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작년 8월에 젊은 청년 둘이 찾아와 오래된 엽서는 버리냐고 묻더라고요.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고 답하니 좀 볼 수 있겠냐고 해서 보여드렸죠. 한 장의 엽서를 꺼내 들더니 눈물을 흘리시며 지난 5월에 아버지가 홀로 카페에 들러 엽서를 남기셨고 지금은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자식분들이 오셔서 아버지의 마지막 글을 발견한 거죠.

너무 고맙다며 말씀하셨던 그날이 나전역에서는 추억을 이야기 하자라고 생각하게 된 큰 계기가 되었어요.

나전역 카페의 인테리어에도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고 하셨는데.
무언가 굉장히 많이 새로이 했을 것 같은데 실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게 비하인드죠.(웃음) 좀 추워서 유리창 안쪽으로 덧대는 정도의 공사만 있었지 특별히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건 아니에요.

지역 주민들도 그렇고 저 역시 나전역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지금 카페에서 사용하는 책상과 의자도 다 예전 역사에서 쓰던 거예요. 못질만 새로 했습니다.

나전역 카페는 민트색을 키 컬러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나전역을 포함해서 과거의 기차역이 대부분 옥색으로 페인트칠을 했던 것을 따온 거죠.
특별한 로컬 재료를 사용한 메뉴도 있던데 소개해 주세요.
음료와 디저트의 주재료는 모두 정선에서 나고 자란 것을 사용해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건 정선 곤드레가 크림으로 올라가는 ‘나전역 크림커피’입니다. 전세계 60%의 곤드레를 어디서 생산하는지 아시나요? 정선입니다.
정선곤드레 크림이 올라가는 나전역 크림커피
전국 곤드레 생산량의 60%는 정선에서 나오니 전세계 60%라고 할 수 있죠. 이 곤드레를 보통 나물로 해먹거나 밥을 지을 때 넣는데 음료나 디저트에도 활용해 보고 싶더라고요. 처음엔 다들 의아해하시지만 마셔보면 그 부드러움에 놀라세요.​

곤드레를 넣고 이탈리아 요리인 ‘아란치니’도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한 맛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답니다. 정선 곰취를 넣은 샌드위치도 인기가 좋고요.


곤드레 아란치니
신메뉴로는 정선에서 난 사과를 이용해 몽골의 건강함을 담은 ‘사과수테차’를 개발했어요. 수테차는 밀크티의 한 종류로 몽골인들이 건강을 위해 매일같이 마시는 차에요. 몽골에서 선교 활동을 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정선의 식재료와 좋은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아 출시했습니다.

카페 메뉴의 주재료는 모두 정선 로컬 식재료를 사용한다.
목련꽃차, 곤드레라떼, 사과크로플
나전역카페 피크닉세트(음료2잔, 곤드레아란치니, 곰취샌드위치)
6월에는 정선 A-train이 재운영 된다는 소식이 들려요. 어떤 점이 가장 기대되시나요?
나전역 카페의 가장 특별한 점이 기차가 멈추는 간이역이라는 거예요. 다만, 저희 카페가 오픈함과 거의 동시에 관광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어요. 무척 아쉬웠는데 재운행 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기쁩니다.(웃음)
열차 이용객분들을 대상으로 관광 상품도 구상하고 있어요. 정선의 자연을 활용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고 싶어요. 사실 나전역 카페를 기획하기 전부터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는데 지역 토속음식 쿠킹클래스나 정선 항골 이끼 탐방 같은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합니다.

A-trian은 나전역에 낮 12시에 왔다가 오후 5시에 출발하는 열찬데, 당일이 아닌 그 다음날 5시에 열차에 오르실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에요.
나전역카페에도 정차하는 정선 투어버스인 '와와버스'
정현인 대표가 촬영한 항골계곡
나전역 카페에서 정선 여행지를 한 곳 추천해 주신다면?
카페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항골 계곡 숲길을 추천합니다. 제가 기획 중인 이끼 탐방 체험도 여기 계곡에서 진행할 예정이에요. 화전민이 다니던 길로 어린아이와 노인분들도 걷기 좋은 곳이에요. 이끼와 원시림이 빼곡한데 한번 다녀오면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랍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방문객이 적지만 지금 숲길 이름도 공모 중이고, 6월엔 트래킹 대회도 열릴 예정이라 곧 유명해질 거예요. 아름다운 길이니 얼른 와보시기를 바랍니다.



글  소도시트래블 권민지
사진  소도시트래블 김양수


정선 나전역카페
위치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북평8길 38 나전역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ajeon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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