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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이야기를 쫓는 여행

강원피스투어, 두번째 이야기

고성의 이야기를 쫓는 여행

강원피스투어


화진포 송림 하이킹

동해안 최북단 바닷가에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거대 호수가 있다. 16km 둘레에 면적만 72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자연 석호, 화진포다. 

바다와 격리된 호수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숲에는 이야기를 품은 공간들이 숨어 있다. 

수만 년 동안 바위와 조개껍질이 부서지고 흩어지며 이룬 고운 백사장은 사람들을 바닷가로 끌어들였지만, 화진포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해발 122m의 응봉으로 가야 한다.

거진항에서 화진포의 성을 잇는 대표 숲길은 4.7km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본격적으로 송림을 걷고자 한다면 화진포 해맞이교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다. 화진포 소나무숲은 오르막길이 적고 수려한 소나무로 빼곡해 그야말로 숲에 취하는 길과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상록수 너머로 쪽빛 바다가 사방에서 반짝거린다. 막힌 곳 없이 바다와 소나무가 양쪽으로 펼쳐진다. 길목에 만나는 나무 평상과 썬 베드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응봉에 도착하면 화진포의 끝내주는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짙푸른 화진포는 호수라기엔 거대한 바다의 한 면을 닮았다.

바람이 제법 분 덕분에 북쪽 땅 금강산의 비로봉 능선이 희미하게 보인다.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면 거북 모양을 닮았다는 금구도가 보인다. 금구도에는 광개토왕의 유해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정확히 아는 이는 없다. 응봉에서 화진포의 성으로 하산하는 길에 종종 군사기지를 알리는 경고문을 만난다. 

고성 여행을 안내한 강원피스투어의 이기찬 대표에 따르면 이곳은 해안 경계 철책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자갈로 살짝 눌러 놓은 통신선이나 땅을 파서 만든 참호 등은 이제 긴장보다 흥미로운 호기심을 불러온다.


화진포의 성

지금이야 첨단 장비로 북방한계선 확인이 가능하지만, 1960~1970년대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어획 활동을 하던 강원도 어부들이 납북되는 일이 잦았고,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후에도 간첩으로 몰리곤 했다.

"
납북 어부 3,700명 중 1,700명이 동해안 사람입니다. 

그중 500명은 여전히 소환되지 못하고 있죠.
간첩으로 몰려 유죄를 받은 생존자 대부분의 재심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요.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슬픈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

이 대표의 말처럼 화진포에는 기억해야 할 것이 많다. 화진포 해수욕장을 채 못 가서 도착하는 화진포의 성도 그중 하나. 

회색 돌로 지은 원통형 2층 건물은 ‘김일성의 별장’으로 알려졌지만, 1930년대에 선교사로 활동하던 캐나다 출신의 셔우드 홀(Sherwood Hall) 박사가 독일인 건축가 베버(H. Weber)에게 의뢰해 지은 건축물로서의 의미가 훨씬 크다.

셔우드 홀은 그의 부모부터 2대에 걸쳐 조선에 병원, 학교, 교회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큰 업적을 남겼다. 특히 1932년에 결핵 치료를 위해 한국 최초로 크리스마스 실을 발행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화진포의 성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면, 이승만 대통령과 당시 부통령이던 이기붕의 별장이 외딴 섬처럼 자리한다.

일제시대에 머물렀던 외국인 선교사의 미니 골프장과 고인돌은 숨은 볼거리다. 화진포에는 이처럼 시간을 품은 조각들이 퍼즐처럼 띄엄띄엄 흩어져 있다.


머구리 박명호 씨의 삶

탈북자 잠수부 박명호 씨는 ‘머구리’라 부르는 중세기적 장비를 이용해 해산물을 수확하는 어부다. 한때 50여 명 활동하던 머구리는 작업의 위험성 때문에 현재 5~6명만 남았고, 박명호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가 운영하는 청진호 횟집에서 막 바닷일을 마치고 돌아온 박명호 씨를 만났다.

잠수복 무게만 오롯이 9kg에 이르고 철로 된 신발이 12kg, 가슴과 등에 멘다는 연추가 22kg에 달한다. 우주복을 떠올리는 15kg짜리 청동 투구까지 착용하면, 그대로 서 있기도 어렵다.

육중한 바위를 껴안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셈인데, 작은 숨 통하는 호스 하나에 목숨을 의지하는 것이다. 

그는 거의 매일 수심 40m에서 4~5시간 동안 해산물을 손수 잡아 올린다. 그러니 청진호 횟집에서 내온 신선한 해산물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

박명호 씨 스스로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라고 말할 정도로 위험한 작업이지만, 아내 김순희 씨와 두 아들을 데리고 2006년 귀순한 후 힘겹게 찾은, 낯선 땅에서 버틸 수 있게 한 귀한 일이기도 하다. 머구리 일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배 한 척 사고, 사는 집과 청진호 횟집까지 마련했으니 말이다.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진모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 올드 마린보이 >에서 실제로 영화 한 편이 되었다. 최북단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박명호 씨의 삶을 만나는 시간을 만나보자.


최북단 경계선으로 향하는 길

고성의 DMZ로 진입하는 시간은 도시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따르는 세계다. 통일안보공원 금강산휴게소에는 북한 명주라는 들쭉술, 강계산머루술이 진열되어 있고 다국적 옷가지를 판매한다. 은근하게 우리는 쌍화탕이나 잡화들은 과거의 풍경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출입신고를 마치고 나란히 줄 선 차량에 올라 민통선 검문소를 향한다. 사람들은 밖을 두리번거릴뿐 말이 없고, 차 안에는 호기심 섞인 긴장감이 흐른다.

텅 빈 길 위에에서 ‘금강산 27km’라고 큼지막하게 쓴 푯말을 지난다. 한때 금강산을 향한 관광버스가 이 길을 자유롭게 통과했을 것이다. 운전대를 돌려 통일전망타워로 향한다. DMZ의 ‘D’ 모양을 따서 지은 건축물이 멀리서부터 시선을 잡는다.

34m 높이의 전망대에서 승강기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현대식 건물 옆에는 옛 통일전망대인 흰색 단층 건물이 곧 북한 음식점으로 변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통일을 기원하는 범종이나 미륵불, 교회 철탑과 성모마리아상은 그대로 온갖 종교의 염원을 한 자리에 모은 것처럼 보인다.

관람실에서 바라본 북쪽 땅은 너무나 선명해서 애잔한 마음이 들 정도다. 이토록 가까운 길이 70년간 풍경으로 존재하고 있다. 청명한 겨울 바다에는 힘찬 파도가 흰 포말을 시원하게 밀어 올리는 중이고, 종종 바닷새가 지절지절 가로지를 뿐 기찻길은 고요하다.

무인 섬 송도 뒤로 해금강의  파노라마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수평선에는 유명한 만물상과 부처바위가 나란하고, 육지에는 금강산 일만이천 봉의 마지막 봉오리인 구선봉이 우뚝 솟아 있다.

수려하고 남성적인 산세는 먼 곳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간 후에는 예전처럼 비무장지대 철책을 따라 군사분계선(MDL)까지 걸어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DMZ 평화의 길’은 계속 추가되고 있고, 더불어 우리가 새롭게 여행할 수 있는 DMZ 구역도 확장 중이다.

전시관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 역사적 순간이 마지막 이슈로 기록되어 있다.

동해선 최북단 제진역에서 떠난 기차가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바이킹의 땅까지 다다르는 희망을 품어본다.

글  신진주
사진  조혜원

본 < 강원피스투어 남고성 경계여행 > 프로그램은
'강원사회적기업경제지원센터'와 함께합니다.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431465

연락처

033-255-2333


화진포의 성

주소 

  • 강원 고성군 거진읍 화진포길 280

연락처

033-680-3677 


청진호 횟집

주소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항길 57

연락처

033-682-5889 

 

 


고성 통일전망대

주소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금강산로 481

 연락처

033-682-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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